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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아침 일기




눈을 뜨니 낮선 공간이었다.

어르신의 아침 보다는 늦었지만 나의 것으로는 꽤나 이르다.

멍하니 앉아 있다 밖에 깔려 있는 안개를 보았다.





바다와 멀지 않은 곳이지만,

동네 풍경은 제천 외할머니가 계신 그 곳과 닮았다.

단지 많고, 농도가 진한 집들이 마을을 채우고 있었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나왔다

조용한 길에 발자국 소리가 울린다.

길을 잃지는 않겠지만 멀리는 가지 않았다.





밤새 조용히 앉아 있던 경운기는 

이제 막 일어나 안개 이슬로 세수를 한다.

어제 보다 더욱 붉은 얼굴이다.





혼자 밤을 지낸것이 사뭇 심심했던 녀석은

날 보자마자 달려올 기세다.

이른 아침에 새로운 만남은 우리 둘 다 반가운 일이다.





하얀담과 하늘색 철문을 가진 주인은 부지런 할 것이다.

아니면

저멀리 그리스 구석의 섬을 생각하며 잠시 일탈을 꿈꾼 것일 수도 있다.





시골 마을은 공간의 덩어리가 커서 좋다.

나누기 좋아하는 도시와는 달리 스케일이 남다른 어르신들은

나의 공간과 마을의 공간을 굳이 나누지 않는다.





아침이면 연기가 피여나올 법도 한 굴뚝은 조용하기만 하다

늦은 여름이라 휴가를 간 것인지

이미 오래전에 은퇴를 한 것인지 말이다.





자라는 건 신기한 일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갇혀 햇살 들어 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화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신기한 걸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마을 한 바퀴를 돌면서 몇번의 누름과

몇 번의 돌림이라는 동작으로 

글로 남기지 못했던 일기를 담아본다.



" 2011. 파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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