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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일요일 저녁, 명동 나들이




 사진은 필름으로 찍어서 나중에 올린다. ^_^


일요일 저녁의 명동을 본 적이 몇번이나 있었을까?
오늘은 일찍 서울행 버스를 타고 명동을 잠깐 들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북적이는 거리는 일요일 저녁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분위기다

"내일 출근 하는 사람은 여기서 나 혼자인것 같다 "

절반은 일본인 관광객 이었고 나머지는 잘 모르겟다.
한국 사람인거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언젠가 부터 딱 한국사람이라는 느낌이 많이 없어졌다.
우리가 비슷하게 변한건지, 다른 동양 사람들이 우리를 많이 닮아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주 가던 닭꼬치 집을 찾아갔는데, 하루 일을 마치고 정리를 하고 있었다.
왠지 모를 배신감...
결국 사진을 찍으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소세지 노점이 눈에 들어와 사먹었다.
약간 통통한 소세지 5개가 꼬치되어 있는데 3000원이나 한다.
맛도 그리 특이한 것이 없는데, 휴지통에는 다 먹은 꼬치대가 가득하다.

"장사를 하려면 역시 장소가 중요하구나. "

옆에서 먹고 있던 일본인 청년은 연신 매운듯 혀를 내밀며 소리를 낸다.
마지막 꼬치가 약간 매웠는데  그렇게 그의 혀에는 매웠나보다.
얼마전에 건강 검진표에 작성했던 당신은 어떤 음식을 자주 먹습니까 라는 항목이 생각났다.

" 맵고, 짜고, 자극적인 " 음식을 좋아한다. 라고 솔직하게 작성했던 기억.

주인 아저씨는 나는 안중에도 없고, 연신 일본 관광객에게 상냥하게 군다.
하긴 여기서 장사를 하면 초라한 행색의 나보다는 그들에게 친절할 수 밖에 없을 거다.
옆에서 보는 것과 삶을 걸고 하는 행동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현실의 삶에서 이상적인 행동을 바라는 건 무리다.

" 소세지 한 꼬치 사먹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한다. "

배속에 무엇인가 넣고 나니 어디가서 앉고 싶어진다.
사실 오는 버스에서 생각한 사진은 한산한 명동의 저녁이었다.
사람은 적당히 몇 명정도, 그래도 아직 꺼지지 않는 간판들이 늘어선 명동거리...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사진을 찍기가 슆지 않다.

" 아직도 난 길거리 사진을 찍는데 익숙하지 않다. 하긴 얼마나 찍었다고 "

결국 스타벅스에 들어와서 커피 한잔을 시켰다.
지난 주에는 술취한 커플이 내 앞에 있었는데, 오늘은 일본인 노부부가 계신다.
할아버지는 짙은색 코트를 걸친 멋쟁이시다.
할머니는 커피값을 계산하려는데, 큰 돈 만 있어서 잔돈으로 계산을 하고 싶어하시고 계시다.
연신 가방을 이리저리 살피며, 남은 동전이 얼마인지 확인을 하신다.

"난 그 모습이 싫지 않다."

솔직한 그 모습이 오히려 정겨웠다.
아마 내일이면 귀국하시나 보다.
오늘 저녁이 아쉬워 한국식 커피를 찾아 호텔 앞 명동 한 귀퉁이로 오셨고 할머니는 돌아가면 쓸 수 없는 동전을 쓰고 싶으셨을 것이다.

" 미안합니다. "
할아버지가 뒤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말하셨다.
수줍어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나지막한 목소리, 하지만 할머니를 말리시거나, 재촉하지 않으신다.
그 마음이 좋다.
나와 민희가 그 상황이라면 나는 그렇게 해 줄 수 있을까? 그냥 빨리 계산해!!! 라고 재촉하진 않았을까?
결국 할머니는 5만원 짜리로 계산을 하고 많은 잔돈을 만들게 되셨지만, 기분 좋은 밤과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즐기시게 되었다.

이런 저런 끄적임을 하느라고, 민희 전화를 못 받았다.
혼나기 전에 얼른 전화를 해야한다.

이렇게 이번주 일요일 저녁 나들이를 마친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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